1. 2022년 올해 최고로 실망스러운 MMORPG이자 모바일 게임이다. 결론부터 딱 말한다. 당신이 맨 처음 만나는 인스던스 던전을 중후반 레벨 노가다를 위해 무한 삥삥이로 돈다면 그 게임이 재밌을까? 이 게임은 레벨링 시스템과 메인 퀘스트 필수 레벨의 부조화로 진행의 목적성과 동기부여를 상실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롤플레잉'의 트랜스 상태에서 벗어나 노가다의 현실에 놓여진다. 헤비 유저 또는 디아블로를 숭배하는 이교도 세력들은 닥치고 뺑뺑이를 돌겠지만, 라이트 유저는 쉽게 나가 떨어지게 된다.

 

2. 하지만 이는 스토리와 뒷이야기의 궁금증으로 보강하면 된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이 세계관의 상황은 어떻게 흘러갈까?! 아 X바 못참겠다! 일단 레벨업을 해보자!", 이런 마음가짐이 쥐뿔도 생기지 않는다. 디아블로 전 시리즈를 한 나로서는 전작들의 친숙한 캐릭터들을 NPC로 다시 만나고, 익숙한 몬스터들을 다시 만나는 것 밖에 없었다. 그 무엇도 새로움을 느낄 수 없었다. 비록 내가 47레벨에서 던졌기에, 뒷구간에 새로움을 만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변명은 "얘는 만나면 만나볼수록 새롭다니까? 우선 참고 만나봐!", 라는 조언과 다를 바 없다.

 

3. 내가 디아블로 2, 3을 즐겁게 플레이한 이유는 스토리 라인과 헤비 유저 구간이 명확하게 구분되어있기 때문이다. 전작들은 기본적으로 노말 난이도에서 장시간 노가다나 레벨링 부담없이 원활하게 스토리를 엔딩까지 볼 수 있다. 그 이후, 게임을 놓기 아쉬운 유저를 위해 '나이트메어', '헬', '정복자' 코스가 등장하고, 이때부터 핵앤슬래쉬 + 떡상 난이도를 체감하며 헤비유저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한다.
 하지만 이모탈은 이러한 장점을 놓치고, 단순히 "스토리 보고싶어? 레벨업해! 그래야 필드몹이랑 네 수준이 맞아."로 대충 떼운다. 과거 RPG는 쪼렙이 4~5렙 높은 던전을 소화할 때 단순히 레벨링 이외에 파티나 구성원을 모아 전략적으로 진행하여 헤쳐나갈 수 있었다. 이모탈은 이러한 부가 전략 요소를 모조리 무시했다.

 

4. 다시 맨 처음 이모탈을 했을 때로 돌아간다. 정말 괜찮았다. 전투도 괜찮고, 타격감도 나쁘지 않고, 그래픽도 큰 부담이 없었다. 무자비하게 희생당하고 학살당하는 NPC들을 보면서 세계관에 조금씩 몰입도도 생겨난다. 무기 등급 강화와 보석 이전은 모바일 겜 중 드문 혜자요소이고, 전체적으로 유저의 편의성을 많이 고려했다. UI 상 몇 가지 버그 이슈가 발견되었지만, 장시간 플레이에 큰 지장을 주는 요소는 절대 아니다.
 그런데 30레벨을 기점으로 이 몰입도가 점점 박살난다. 게임에 막 달아오르고, 일과와 하루계획보다 게임에 몰입하는 그 순간에 이모탈 스스로 "응, 이제부터 이 게임을 했던 걸 후회해봐." 라고 자기진단을 내리는 시간을 준다. 그리고 나는 후회했다. 진짜 내 시간이 너무 아까운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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